삼성전자 주가가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10만전자'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7만원대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우려에 따른 공매도 이슈에 이어 인텔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보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보다 800원(1.00%) 내린 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장중 사상 최고가(9만6800원)를 경신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18%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4%, 53.37%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연초 최고점을 찍은 뒤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사태가 주가를 때렸다. 공급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올라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실적엔 좋을 수 있지만, 완성차와 스마트폰 등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구조적으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로 인해 공매도 이슈까지 불거졌다. 반도체 칩 공급 차질 등의 영향이 공매도를 자극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한동안 1000억원대 안팎이던 공매도 잔고금액이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2000억원대로 대폭 늘어났다.
최근에는 인텔의 대규모 M&A 소식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선 인텔의 M&A는 향후 반도체 시장 경쟁을 심화시켜, 삼성전자 실적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만약 인텔이 GF를 인수할 경우 TSMC와 함께 파운드리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81만3413주와 199만7586주를 팔아치운 반면 개인이 445만1818주 사들였다. 매도 창구 상위에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GF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미국 기업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탄소국경조정제 등 환경 규제 강화 시 발생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인텔과 GF가 각각 80%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14%, 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