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전업계의 주 타깃으로 부상했다. 소형 가전업체들은 물론 삼성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까지 MZ세대에 맞춰 유명 광고모델을 기용하고, 이들을 겨냥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1~2인 가구 비중이 크고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가전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유명 연예인들 ‘비스포크’ 광고 등장최근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광고에는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만들어진 발라드 그룹 MSG워너비의 정상동기가 등장했다. 그룹 일원인 배우 이동휘·이상이, 가수 김정민과 사이먼도미닉 등이 비스포크 에어드레서와 슈드레서 광고 화보를 찍었다. 촬영 과정이 방송에 담기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는 이들이 ‘그랑데AI’ 세탁기를 홍보하는 영상도 내놨다.
앞선 지난 4월 공개된 그랑데AI 광고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극중 산부인과 의사로 출연하는 안은진 씨가 그랑데AI를 샀다며 상대역 배우들에게 “아무것도 몰라도 알아서 다 해준다”고 자랑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355만회를 기록했다.
가전 광고는 수 년간 제품에 집중해왔다. 모델은 제품의 성능을 설명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모델이 중심인 최근 트렌드는 MZ세대와의 소통의 결과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안 씨는 한 예능에서 게임을 하던 중 삼성전자를 외쳐 화제가 됐고, 정상동기 멤버 일부는 삼성전자 가전을 실제 사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회사 채널에 ‘삼성전자 보고 있나’라며 이들을 모델로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며 “마케팅팀도 MZ세대의 의견을 평소 주의깊게 듣는 만큼 긍정적으로 호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지난 4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중장년에 집중됐던 고객층을 젊은 층으로 넓히기 위해서다. 코웨이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모델이 된 후 소비자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확대됐다”며 “대표 제품인 정수기 매출이 증가했고 매트리스 등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품들도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가전 출시 열풍3~4인 가구가 가전시장의 기준이던 시대는 지났다. 국내 1인가구 비율은 2019년 30%를 넘었다. 2인 가구(28%)까지 합하면 58%로 반 이상이다. 삼성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까지 MZ세대를 마케팅의 타깃으로 삼는 이유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중장년층보다 구매력이 떨어져도 개성이 강해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최근 눈독을 들이는 건 소형가전이다. 1~2인 가구에 적합하고,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특성상 보조 가전인 세컨드 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형가전 시장 규모 전망치는 지난해(7조6650억원)보다 9% 증가한 8조3205억원이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9조6238억원까지 성장할 전망한다.
가전업체들은 소형가전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슈드레서 외에도 소형 냉장고 ‘비스포크 큐브’ 등을 출시했다. LG전자의 ‘룸앤 TV’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27인치 TV다. 20만원대의 가격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마트의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1인 가구에 특화된 ‘혼족 가전’ 라인을 만들고 혼족 특화존을 꾸렸다. 1인용 마카롱 밥솥, 미니화로 등 한 명이 쓸 만한 크지 않은 가전이 중심이다. 올해 상반기 마카롱 밥솥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소형 냉장고는 19%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며 혼밥, 혼술 등 혼족 상품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상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