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3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 작전’에 나섰다. 미국에 깔린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를 걷어내는 데 19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면서다.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 무역대표부 노동부 등 미국 6개 부처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에 연루된 기업과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FCC는 이날 미국 통신기업이 중국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제거할 경우 소요 비용을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예산은 19억달러가 배정됐다.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장 대행은 “이들 장비는 외국에 의해 조작, 파괴, 통제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며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장비를 뿌리뽑을 때까지 네트워크, 기지국, 라우터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FCC는 지난해 6월 화웨이와 ZTE를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이들의 통신장비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와 ZTE는 이에 반발해 재고를 요구했지만 FCC는 작년 11월과 12월에 잇따라 기존 판단을 고수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엔 화웨이 ZTE 등의 신규 장비 승인을 금지하고 기존 인허가도 철회할 수 있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기업이다. 올 1분기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27%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ZTE(9%)까지 합하면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36%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화웨이 등의 장비가 세계시장에 깔리면 보안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이들 기업의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브라질 정부에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이어 남미 경제대국인 브라질을 상대로도 화웨이 퇴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견제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연장선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신기술을 주제로 한 대통령 자문기구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회의에서 “중국은 세계의 기술 리더가 되려고 단단히 결심했다”며 “우리는 경쟁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과 인권 탄압에 연루된 기업과 거래하거나 투자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신장 지역에서 계속되는 중국 정부의 집단 학살과 범죄, 강제노동 동원과 관련한 증거 확대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했다.
국무부는 별도 자료에서 “(인권) 유린의 범위와 극심함을 감안할 때 신장 지역과 관련된 공급망·사업·투자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업과 개인은 미국 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신장 인권 탄압에 관련된 업종으로는 농업 면화 직물 휴대폰 전자조립품 등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주 중 홍콩에서의 사업 위험에 대해서도 경보를 발령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신장에 강제노동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거짓말” “완전한 강도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신장 지역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신장의 태양광산업을 억압하고 신장의 안정적 발전을 교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