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기조는 작년부터 주택공급의 확대로 돌아섰습니다. 태릉과 상암, 과천 등지의 유휴부지를 주택부지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8·4대책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도 가시적인 진척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대규모의 신규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김포공항 부지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관하고 현재의 자리에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실현만 된다면 엄청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서울안에 커다란 신도시가 등장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청사진을 구체화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설을 리모델링이나 증축, 재건축, 철거 등으로 재정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수요감소로 기존 시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설이 노후되거나 여건변화로 수용능력이 부족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인천공항의 기상악화 등을 대비한 백업기능같은 전문적인 내용은 이번에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포공항의 수요는 여전합니다. 2019년에는 영국의 항공교통시장 조사기업인 OAG가 전 세계에서 항공기 운항편이 가장 많은 구간으로 ‘김포-제주’를 선정했을 정도입니다. 이 구간의 비행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만약 제주를 포함한 모든 항공편을 인천공항에서 탑승해야한다면 국내선의 이용도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인들이 1년에 1~2번 해외관광을 가는 수준에서는 영종도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여행의 한 과정으로 즐거울 수 있겠지만, 국내선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도권에 대체공항을 만들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김포공항같은 도심공항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기 때문입니다. 도심접근성이나 공항접근성 모두 같은 내용입니다. 실제로 2001년에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김포공항은 국내선만 남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일본과 중국 등의 일부 국제선이 다시 김포공항에서 운항됐던 이유도 바로 접근성이었습니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다수의 지역을 배후에 두고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까지 더욱 충실히 갖춰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항같은 사회기반시설은 장기간의 운영과정에서 축적되는 노하우를 간과하면 안됩니다. 김포공항은 ‘김포국제공항’으로 지정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확장과 운영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런 소프트인프라는 쉽게 버리거나 단기에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공항부지에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보다는, 김포공항의 주차장부지 등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복합개발사업이 보다 현실적입니다. 물론 주택의 대량공급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목표하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발전시켜 장기적인 도시경쟁력을 축적하는 방안도 정책입안단계에서 함께 고려되고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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