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몸값 2000억원 깎아…중흥이 대우건설 품는다

입력 2021-07-05 17:35
수정 2021-07-06 02:17
중흥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를 완료하면 중흥건설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47위에서 20위권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지분율 50.75%)는 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다. 함께 경쟁한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예비 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앞서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5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했다. 이때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내 큰 차이가 벌어지자 중흥건설은 입찰 포기 의사를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KDB인베스트먼트는 가격 등 입찰 조건 수정 기회를 제공했고, 중흥건설은 2조1000억원 선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DS네트웍스도 가격을 2조원 수준까지 올렸지만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비가격 조건에서도 중흥건설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입찰 실시가 아니라 단순 가격 조정”이라며 “매수자 측(중흥건설)에서 먼저 (가격) 수정을 하고 싶다고 요청해 제안서를 받았고, DS네트웍스 측에도 수정을 원하면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잠재 투자자들에게 의사 타진을 해왔지만 진정성 있는 투자자들이 별로 없었다”며 “2017년 매각(호반건설의 인수 철회)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받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단시일 내에 대우건설 매각을 완료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실사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수자에게 3주 넘게 시간을 줬고 세간에 대우건설 관련 정보가 많다”고 해명했다. 호반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려다 포기한 점에 대해서는 “주관사를 통해서 비밀유지서약(NDA)을 체결하겠다고 해 (참여 기회를) 안 줄 수 없었다”며 “중도에 포기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국내 톱3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로 도약하게 된다. 이 대표는 중흥건설이 인수 후 해외사업 부문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흥 측에서 제출한 계획서에는 국내외 사업을 모두 강화하는 방향으로 돼 있다”고 답변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M&A)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