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팔린 맥쿼리투자신탁운용(현 파인만자산운용)이 큰 위기에 놓였다. ‘파인만’으로 새롭게 간판을 바꿨지만 무리한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직원이 줄줄이 이탈했다. 회사 측은 두 달 만에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자칫 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인만자산운용은 29일 박진환, 신화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호주 맥쿼리그룹으로부터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을 100억원 정도에 인수해 파인만자산운용으로 출범할 당시 수장을 맡았던 김은수 대표는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달 만에 대표가 경질된 것은 회사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파인만자산운용은 맥쿼리투신을 인수한 뒤 기업금융, 부동산, 구조화 상품, 신성장 벤처 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 등 대체자산이나 사모펀드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방침을 직원들에게 밝혔다. 그간 이어오던 펀드 운용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9명이던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갔다. 지금은 2명으로 줄었다. 펀드매니저들은 물론 무리한 회사 정상 화 과정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도 잇달아 사표를 냈다. 40여 명이던 전체 직원은 현재 절반 수준인 20여 명으로 감소했다. 인수 이후 파인만 측 인사들이 회사에 발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기존 직원 대다수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단기간에 망가지면서 자금을 댄 투자자 측에서 대표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남은 직원들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휘청이면서 수천 명의 고객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파인만자산운용의 운용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이를 남은 인력이 운용해야 하는 만큼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줄줄이 이탈한 데다 리서치 인력까지 빠져나간 상황이라 섹터별로 분석해 투자하던 방식에서는 정교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금난으로 인해 판매망이 막힌 것도 악재다. 파인만자산운용이 인수한 맥쿼리투신의 전신은 ING자산운용이다. ING그룹 안에 속했던 오렌지라이프의 일임 자금이 전체 운용자금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ING자산운용은 맥쿼리로,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지난해 약 12조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맥쿼리투신에서 빠져나갔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 이탈 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현재 신규 펀드 판매가 막힌 상태다. 맥쿼리그룹이 자산운용사를 매각하려 나섰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외국계 기업이 국내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뒤 무책임하게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빠져나간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