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이 티셔츠로…GS의 '업사이클링 매직'

입력 2021-06-27 17:48
수정 2021-06-28 01:20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는 ‘자원 선순환’ 포도와 배를 판매한다. 매장에서 발생한 음식 폐기물로 퇴비를 만들어 키운 과일이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GS더프레시에 공급된 상품은 150t이 넘는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해 출시 때는 2주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됐다. GS리테일은 올해 공급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폐트병이 유니폼으로 재탄생유통채널들이 업사이클링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판매까지 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환경 눈높이가 올라가고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눈을 뜬 결과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25는 이르면 이달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의류를 판매할 예정이다. 편의점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재활용해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업사이클링’ 티셔츠 한 벌을 만드는 데는 2L짜리 페트병 8개 또는 500mL 20개가 사용된다. GS25는 이를 위해 점포에서 소비되는 투명 페트병의 수거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생수 상품을 무라벨로 바꿀 계획이다. GS25는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도 이 투명 페트병으로 제작해 가맹점에 공급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 재활용이 선순환되는 친환경 모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택배회사들도 업사이클링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택배업계 1위 회사인 CJ대한통운은 최근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유니폼과 팰릿 300개를 물류 현장에 도입했다. 팰릿은 상품을 싣고 나르는 데 쓰는 일종의 받침대다. 친환경 팰릿 1개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28㎏으로, 300개를 폐플라스틱으로 제작하면 약 2만㎏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소나무 672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진은 업사이클링을 아예 사업화했다.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손잡고 업사이클링 플랫폼 ‘PLANET’을 출시했다. ㈜한진은 친환경 택배박스 제작업체 에코라이프패키징과 협업해 일회용품 보관·수거용 ‘제로 웨이스트 박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일회용품을 수거한 후 텀블러와 에코백 등 친환경 제품으로 재자원화해 판매한다. 이 플랫폼에는 코카콜라와 요기요, 하이트진로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ESG 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업사이클링을 시도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유통채널들이 친환경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잡은 업사이클링해외에선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스타트업 바이퓨전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벽돌과 같은 블록을 제조한다.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압축하는 방식이어서 시멘트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 없이 집, 벽 같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가 하나둘 늘고 있다. 예술가들의 습작을 재활용해 가방 등 패션 제품을 만드는 얼킨이 대표적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는 100여 개로 추산된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