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각종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도로 형태, 지형지물, 보행자의 돌발 움직임은 물론 날씨에 따른 도로의 다양한 상태 변화까지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천만㎞ 주행 시험이 필수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인 웨이모는 일반 도로에서 1000만마일(약 1600만㎞)을 넘는 주행거리를 기록한 끝에 2018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상용화에 성공했다. 10년 넘게 걸렸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모라이는 이런 자율주행 테스트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이다. 자율주행 가상 환경 제공정지원 모라이 공동대표는 22일 “모라이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에서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매일 수십만㎞의 가상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며 “모든 시험은 가상 환경에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풀스택(full-stack: 관련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것)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한 것은 모라이가 유일하다. 모라이는 실제 공간의 고정밀지도(HD map)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도로 환경을 자동으로 구축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외 20곳 이상의 도로를 가상 공간에 구현해 매일 1000만㎞ 이상의 자율주행 시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KAIST의 자율주행차 연구진이 창업한 모라이는 글로벌 자율주행업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 대표는 “세계적인 가상 자율주행 업체인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특정 분야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억2500만달러(약 1415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네이버, 현대차와 협업모라이를 찾는 모빌리티(이동) 기업도 늘고 있다. 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대표적이다. 모라이는 네이버랩스가 수집한 경기 성남 판교와 서울 상암 지역의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했다. 모라이가 만든 가상 공간에서 네이버랩스는 다양한 시험을 반복하며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도로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ALT’에 관련 데이터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도 모라이를 통해 각종 자율주행 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현대차는 모라이에 투자도 했다. 카카오벤처스, 신용보증기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모라이의 투자자다. 이를 통해 누적 투자금 44억원을 모았다. 직원은 첫해 3명에서 지금은 50명이 넘는다. 모라이의 작년 매출은 15억원이다. 인력 확보 등 투자 확대로 지난해 1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모라이는 올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일본, 인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협업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정부가 모라이의 솔루션을 자율주행 인증 평가 도구로 이용하게 하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