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테이블 마주 앉은 韓·日 "북핵 공조" 외치지만…

입력 2021-06-21 17:34
수정 2021-06-22 02:23
한국과 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추진하던 양국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놓고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했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특히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자, 한·미·일 3자 간 협력이 필수”라며 “오늘 회동은 우리 정책 협의에서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특히 우리가 성공적인 도쿄올림픽을 기대하는 만큼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관리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일 양국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이자 한·일 양자 관계를 총괄하는 후나코시 국장은 이날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도 두 달여 만에 마주 앉았다. 한·일 국장급 협의는 양국이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추진했던 양자 정상회담이 무산되며 책임 공방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연례적으로 시행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독도 방어훈련)을 이유로 당초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 직접 나서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양국이 한·미·일 3자 공조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의식해 일단 대화에 나섰지만 관계 진전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4월 양국 협의에서도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두고 서로의 견해차만 재확인한 바 있다. 이후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문제가 불거지고 양국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등 양국 관계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계기로 양자 협의가 열리지만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