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최대 100조원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 소액주주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 회사다.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새 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신성장 분야가 살림을 따로 꾸리자 LG화학 주가는 물적 분할 공시 전날 68만원대에서 공시 후 1주일 새 61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기업 분할 공시를 분석한 결과 물적 분할이 크게 늘었다. 2010년 물적 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인적 분할 기업의 1.8배였지만 2019년에는 10배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10일까지 5.7배로 집계됐다.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의 가장 큰 차이는 주주 구성이다. 인적 분할은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반면 물적 분할은 기업의 자산·부채 등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한다. 모회사가 분사한 기업의 100% 주주가 되기 때문에 기존 모회사 주주는 신설 회사를 간접적으로 보유할 뿐이다. 분할 후 알짜 사업부문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 인적, 물적 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은 물적 분할에 더 크게 반발한다. 물적 분할의 경우 ‘지주사 디스카운트’ 등으로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설 법인이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신설 법인에 대한 모회사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프록시(Proxy)본부장은 “기업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경우 알짜 사업부문을 분할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기업들도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소액주주 발언권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도 주주가치 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