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명가' DG의 한국 사랑…K드라마 OST 편곡 음반 나온다

입력 2021-06-09 18:06
수정 2021-06-09 23:35
독일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전 세계에 음반을 선보이는 건 모든 클래식 음악인의 로망이다. DG의 상징인 ‘노란 딱지’가 붙은 음반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다. DG는 1898년부터 123년 동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숱한 거장의 음반을 내왔다.

이런 DG가 다음달 8일 한국 인기 드라마 OST를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한 음반 ‘셰이즈 오브 러브(Shades of Love)’를 발매한다. 음반에는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의 OST가 담겼다. ‘응답하라1988’ ‘육룡이 나르샤’ 등의 배경 음악도 클래식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연주자 면면도 화려하다. 한국에서 12년 동안 연주 활동을 이어온 스위스 출신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사진)가 제작을 주도했다. 현대음악가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이 함께 기획했다. 올해 그래미상을 받은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을 비롯해 다니엘 호프(바이올린),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제임스 골웨이(플루트), 제바스티안 크나우어(피아노) 등이 연주에 참여했다. 반주는 스위스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클래식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DG가 특정 국가 드라마 OST를 한데 모은 건 이례적이다. DG가 한국에 쏟는 관심이 유별나다는 반응도 있다. DG는 지난해 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올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를 영입했다.

노화하고 있는 클래식 수요층을 전환하려는 DG의 묘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인을 찾아 동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클래식 수요층을 발굴하려는 의도라는 것. 미국과 유럽에선 갈수록 클래식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다. 빌보드와 닐슨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음반시장에서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에서 2019년 1%로 줄었다. 클래식 강국 독일에서도 클래식의 음반시장 점유율은 2010년 8%에서 2019년 2.2%로 급감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 클래식 시장은 커졌다. 중국의 빠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클래식 교육시장 규모만 약 16조원(2017년 기준)이다. DG가 2018년 창립 1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자금성에서 개최한 이유다.

그런데도 중국 대신 한국에 구애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클래식계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평단에선 분석한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접근이 어려운 중국 대신 한국을 교두보 삼아 동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