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인가 도박인가…4억弗 빚내 비트코인 산다는 상장사 [한경 코알라]

입력 2021-06-08 02:04
수정 2021-06-08 11:26
▶6월 8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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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으로 비트코인을 왕창 사들여 유명해진 미국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기 위해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담보 채권을 발행한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 구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최초의 정크본드 판매"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암호화폐에 가장 낙관적인 입장을 보인 상장사 중 하나이고,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대표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업체로, 테슬라보다 먼저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80% 이상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화제를 모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에 노출된 달러보다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이유였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달 중순 기준 비트코인을 9만2079개 보유하고 있고, 평균 취득가는 2만4450달러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매크로스트래티지'라는 계열사를 새로 만들어 비트코인을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회사 측은 이날 공개한 디지털 자산 보고서에서 2분기에 반영할 무형자산 손상차손 규모가 2억8450만달러(약 31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미국 기업회계에서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며, 손상차손은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가치 손실분을 일컫는 말이다. 포브스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가액은 한때 50억달러를 넘었으나 현재 34억달러 수준"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이 회사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마크 리히텐필드 옥스포드클럽 수석전략가는 "4억달러의 빚이 인수합병(M&A)이나 성장이 아니라 변동성 큰 자산에 투기하는 데 쓰인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하려는 사업이 있긴 있느냐, 비트코인의 대용품이 되고 싶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세일러 CEO는 북미지역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친환경 경영 강화'를 목표로 결성하기로 한 협의체 논의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자산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온다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언제든지 모두 팔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