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한 영국 인도 등 6개국에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적용은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디지털세 법인세 관련 협상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USTR은 2일(현지시간) 영국 인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 6개국 상품 20억달러어치에 25% 관세 부과를 승인했다. 적용은 6개월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USTR은 작년 6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한 1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 뒤 올해 1월 이들 6개국이 국제조세원칙을 넘어 미국 기업을 차별했다고 결론내렸다.
디지털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벌어들인 매출에 대해 일정 비율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들 6개국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반발한 미국은 불공정 관행을 저지른 교역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조사를 벌였다.
디지털세를 도입한 프랑스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억달러어치의 프랑스산 샴페인, 화장품, 핸드백 제품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다가 지난 1월 적용 유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USTR은 국제사회의 디지털세 법인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복관세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USTR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국제조세 관련 다자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18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글로벌 법인세 최저 세율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각국 재정 건전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21%를 세율 최저 한도로 제시했다가 국가 간 이견이 나오자 15%로 하향 제안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