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글로벌 수소경제 선두주자다. 수소 에너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쌍끌이’ 노력을 한 결과다. 정부는 법안과 금융정책을 마련해 수소경제를 적극 지원하고, 기업은 혁신 기술에 투자해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대거 내놓는 식이다.
데틀레프 슈톨텐 국제에너지기구(IEA) 연료전지분과 의장은 “독일은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금융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며 “민간부문까지 동참시키기 위해선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기틀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독일 정부가 착수한 탄소저감 목표 강화안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기존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55% 줄이는 게 목표였다. 이를 두고 독일 헌법재판소와 연방정부가 연달아 ‘불충분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새 저감 목표는 55%가 아니라 65%다. 이 안이 통과되면 각 정부부처가 세부 이행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작년엔 90억유로(약 12조3000억원)를 수소발전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슈톨텐 의장은 “정부가 이 정도 노력을 해야 민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를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도 화답했다. 독일 다임러는 수소차와 전기차 등을 늘려 2039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전 차종에 대해 탄소중립(넷제로)을 이루는 게 목표다. 다임러는 ‘고급차 대명사’ 격인 메르세데스벤츠, 세계 트럭 1위 브랜드 다임러트럭을 두고 있는 대기업이다. 기존엔 내연기관 차량이 판매 비중의 99%를 차지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 수소트럭과 수소버스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2025년엔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만프레드 슈커르트 다임러트럭 상용차법규대응전략부문장은 “기업이 이 정도 ‘대변혁’을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정치금융적 바탕을 깔아줬기 때문”이라며 “다임러는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따라 일찌감치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신사업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은 수소경제 인프라와 제품을 함께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슈커르트 부문장은 “다임러가 친환경 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충전소가 부족하거나 전기·수소에너지가 비싸면 별 소용이 없다”며 “정부가 공공 충전소를 늘리고, 가격이 저렴한 재생에너지 수입망을 찾아나서는 등 각종 시도를 통해 기업을 돕고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