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스마트폰 대신 아직도 '삐삐' 쓰는 기업이 있다고?

입력 2021-05-20 09:25
수정 2021-05-20 09:34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들은 무선호출기(삐삐)를 착용하고 있다. 사내에서만 쓰는 통신기기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 삐삐를 쓰고 있다"며 "생산라인 각 공정의 상황을 알리고 유사시 재빨리 대처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보안상 이유로 휴대폰 등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다.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정의 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사업장에 무전기나 무선통신기기를 따로 비치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에서 유독 삐삐를 쓰게 된 사연은 이 회사의 전신인 현대전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전자는 이천 사업장에서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삐삐, CD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을 생산했다. 자연스레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삐삐를 통해 의사소통을 나눴다. 현대전자가 사명을 변경한 하이닉스를 SK가 인수한 뒤에도 이같은 통신 방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삐삐에는 단점이 있었다. 삐삐로 호출받은 뒤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기에 번거로웠던 것. 호출한 사람도 전화기 앞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기존 삐삐를 업그레이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한글과 영어 문자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기기를 개선했다.

개선된 기기는 전화기 뿐 아니라 PC에서도 호출을 받을 수 있다. PC에서는 특정 직원의 삐삐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생산라인에 있는 직원 모두에게 전체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예약문자 기능도 있다. 이 삐삐에는 카메라, 인터넷 등 다른 기능은 없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보안 유지를 위해 자체 통신망을 통해 삐삐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