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개꼴 '깜깜이 법' 찍어낸 거대 여당

입력 2021-05-18 17:54
수정 2021-05-26 22:16
다음달 개원 1년을 맞는 21대 국회가 한 달에 두 건꼴로 새로운 법(제정법)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청회 등 법 제정 절차는 대부분 건너뛰거나 간소화했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제정법안들은 174석 거대 여당의 주도로 속전속결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 난립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간 제정법 27건(의원입법 기준)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기간 19대(8건), 20대 국회(10건)와 비교해 약 세 배로 늘었다. 발의 법안도 549건으로 19대(358건)·20대(386건) 국회 대비 급증했다. 제정법은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이어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지만 21대 국회는 한 달에 평균 제정안 2.3건을 통과시켰다.

오는 21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도 가사근로자법과 지역상권법 제정안 등이 상정돼 여당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지 5~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되면서 빠르게 심사를 마쳤다.

한국경제신문의 분석 결과 지난 1년 동안 처리된 제정법은 발의 후 평균 5개월(161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대 28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공청회를 연 지 불과 20일 만에 국회를 통과한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위원회 상정 40일 후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기업규제 3법 중 하나인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숙려기간(5일)을 생략하고 하루 만에 상임위원회와 법사위,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한 ‘선입선출(먼저 발의한 법안을 먼저 심사)’ 원칙도 깼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빠르게 법을 제정하다 보면 기존 법과의 충돌이 일어나는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새 법을 만들 때 영향평가 시스템을 거치는 등 수년간 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은이/조미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