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차기 주력 소비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유치 전쟁에 나섰다. 당장은 아니어도 오래지 않아 밀레니얼세대를 제치고 핵심 고객으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에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이 급물살을 타면서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Z세대의 ‘트렌드 세터’로서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뭉뚱그린 ‘MZ세대’를 공략했던 은행들이 이제 10대 중심의 Z세대에 맞는 플랫폼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밀레니얼 넘어 Z세대 정밀공략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기존 간편 뱅킹 앱 ‘리브(Liiv)’를 Z세대 전용 앱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이달 시작했다. 핵심 타깃 고객층은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세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10대 학생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 등 비대면 실명 확인이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런 불편을 해결해 금융에 관심이 많은 Z세대에게 다양한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도 Z세대에 특화한 플랫폼을 올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자녀가 부모와 함께 투자, 기부, 송금 등 다양한 금융 경험을 해보고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그동안 Z세대는 금융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소득과 자산이 적거나 아예 없는 만큼 주력 고객층이 아니었다.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와 묶어 MZ세대 마케팅이 활성화하긴 했지만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새내기 대학생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KB마이핏 통장’(만 18~38세 대상)과 우리은행의 ‘스무살우리적금’(만 18~30세), 신한은행의 ‘헤이영’ 브랜드(만 18~29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 성향이 차별화되는 Z세대를 독립된 고객층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골드만삭스는 Z세대가 밀레니얼세대와 달리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라 경제적 안정성을 원하면서도 계획적 소비보다 즐거움을 위한 소비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경제가 더 빠르게 활성화하면서 틱톡, 유튜브 등을 활용한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게 Z세대라는 점도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는 “Z세대의 직접적인 구매력은 크지 않지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보력으로 가정 내 소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은행들도 이 세대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한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디지털 친화적이고 기존 은행권보다 핀테크 등 신규 사업자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전용 ‘카뱅 미니’에 79만 명 가입Z세대 공략에 나선 은행권의 또 다른 주력 카드는 '게임 마케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넥슨과 손잡고 금융과 게임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10대를 주 이용층으로 보유한 넥슨의 '카트라이더 리그'에 금융권 최초로 스폰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쏠'과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연계해 게임 아이템이 담긴 쿠폰을 제공하는 마케팅도 펼쳤다. 은행 관계자는 "10대에게 친숙한 콘텐츠를 통해 은행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10대 고객만 겨냥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카카오뱅크 미니’로 Z세대 전용 금융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이미 보여줬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0월 만 14~18세 청소년 전용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는 현재 가입자 수가 79만 명에 이른다. 출시 약 7개월 만에 청소년 인구(233만 명) 3명 중 1명이 가입했다.
금융회사와의 거래가 사실상 처음인 10대 청소년을 카뱅의 충성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