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 주가 급등에 힘입어 올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 1분기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4000억원 적자를 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단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심지어 역대 최고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초호황을 맞이한 국내 조선·해운업 덕분으로 풀이된다.
HMM은 올 들어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주가도 네 배가량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산은은 HMM 전환사채 3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가치만 2조~3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에 HMM 평가이익 등 비이자이익으로 반영된 금액은 9000억원으로, 산은이 조(兆) 단위 분기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대우조선해양도 올 들어 ‘백조’로 부활하면서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손상차손으로만 9000억원을 떨어냈지만 올 들어 오히려 평가이익(500억원)으로 전환됐다. 여기에다 지난해 저유가로 막대한 흑자를 낸 한국전력으로부터 300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은 점도 도움이 됐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이날 국내 은행의 1분기 영업실적을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모든 항목별로 산은 영향을 제외한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산은을 제외한 다른 국내 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5000억원 늘었지만 산은이 홀로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증가폭만 1조8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73%, 9.70%로 전년 대비 큰 폭(0.27%포인트, 3.46%포인트)으로 상승했지만 산은을 제외한 18개 은행 기준으로는 ROA 0.59%, ROE 8.42%로 각각 0.02%포인트, 0.4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산은 관계자는 “이달 말 알리오(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를 통해 공식적으로 1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