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시장경쟁 고려해야 할 수평 합병

입력 2021-05-17 17:23
수정 2021-05-18 00:09
기업에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매출을 늘리고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외에도 기업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해 더 커질 수 있다. 현대 경제에서 기업들은 모든 혁신을 혼자 할 수는 없으므로 외부에서 혁신한 기업을 인수합병해 성장하는데, 이런 성장 전략은 특히 신기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기업 간 합병은 경제 성장을 위해 유용한 면이 있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기업 간 합병이 시장의 경쟁을 훼손하면 합병 기업의 관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선 부정적인 결과가 생긴다.

시장에서 기업 간에 건전한 경쟁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정부 규제가 필수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이 시장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규제하는 기관이다. 반경쟁 행위 규제의 시조는 미국의 셔먼(Sherman)법이다. 1890년 제정된 이 법은 단 두 개의 법조문을 담고 있는 간단한 구조이지만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셔먼법의 두 조문은 기업들이 반경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하나는 담합 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독점화 행위다.

반경쟁 행위 규제는 기업들이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우수성에 기초하지 않은 힘을 시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담합 행위는 담합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서로 약속하고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인데 만일 이런 높은 가격이 제품의 우수성 때문이라면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제품의 가격을 서로 짜고 높게 받는 것이라면 위법하다.

셔먼법은 기업들이 가격에 대해 약속하는 행위를 발견하면 경제적 효과를 따로 분석할 필요도 없이 위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런 담합행위를 하면서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기업 간 합병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 간 합병이 수직적으로 연관된 경우에 발생하면 좀 더 효율적인 기술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같은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 간 수평적인 합병이 이뤄지면 담합의 효과가 생긴다. 같은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 둘이 가격에 대한 약속을 하고 제품을 공급하면 위법한데, 이 두 기업이 담합을 하는 대신 합병하면 따로 가격에 대한 약속을 할 필요조차 없이 담합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효과가 있는 합병은 허가하지 않는다. 이런 규제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규제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이 합병의 배경에는 금호그룹의 부실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된 국책은행의 대출금 회수 전략이 놓여 있다. 그런데 이 두 항공사의 합병은 국내 여행자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 명확해 보인다.

이 두 항공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노선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국내 노선에서는 그나마 저가 항공의 경쟁이 존재하고 있으나 해외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은 외국 항공사가 있는 경우에도 경쟁이 소멸까지는 안 가더라도 현저히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병 조건으로 직원의 해고와 운임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으나, 운임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운임 체계 변경 등을 통해 같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 더군다나 그들이 약속을 지키는지를 규제하는 것은 앞으로 1~2년이고 그 이후에는 독점 가격을 매겨도 소비자들은 별수 없이 덤터기를 쓰게 된다.

합병 기업 중 하나가 합병 없이는 파산이 불가피한 경우 수평적인 기업 결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는 한다. 그런데 아시아나의 경우 그 어려움이 모그룹의 방만 운영 때문이지 채산성 때문이 아닌데 파산을 언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시아나 매각을 통해 현찰을 회수하려는 전략을 생각할 때 이 기업의 파산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국책은행이 안전하게 대출금을 회수해 공적자금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 국민이 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받더라도 채권만 회수하면 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