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6일 2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ASK 2021 글로벌 대체투자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가 10년 전의 5배인 91조원까지 늘어났다"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투자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디지털라이제이션이 10년 이상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등 "새로운 '연결'의 시대로 우리를 이끌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팬데믹 충격을 극복한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글로벌 경제의 경기회복 기대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한마디에 각국 증시가 출렁이고, 재정지출 확대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투자시장도 코로나19 여파로 "소매업, 사무용 부동산, 운송 섹터 등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메타버스나 물류창고(Logistics), 데이터센터(Datacenter) 등 디지털라이제이션에서 파생한 섹터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즉각 뛰어들어 투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우리(국민연금)는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변화나 기대만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장기 투자자로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투자 환경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투자 대기자금(드라이파우더)의 누적 등으로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투자 셈법도 복잡해졌다"고 표현했다. 이어 "새로운 대체투자 시장은 과거를 대체할 '유연하고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최근 2~3년 사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각화하면서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바이아웃, 세컨더리펀드, 벤처투자, 크레딧, 디스트레스드 자산, 사모대출, 멀티애셋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단독투자 외에 공동투자 등의 방식으로 딜소싱 방법을 확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부동산 분야에서는 "코어, 오퍼튜니스틱 등 유형화된 투자대상에 한정되지 않고 양호한 펀더멘털이 예상되는 섹터 발굴을 통해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수한 입지의 핵심 자산 선점을 위해 빌드투코어(Build-to-Core) 전략 등을 확대하고, 인구·환경·사회 변화 등으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팀버랜드, 라이프사이언스 등 신규 섹터 및 전략 발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부문 역시, 운송 등의 전통 인프라 섹터 뿐 아니라, 미국 데이터 센터, 인도 텔레콤 타워 지분인수 등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 등으로도 투자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시장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절차의 간소화와 네트워크 확대 등 국민연금 대체투자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그는 "거래 형태와 규모, 리스크 프로파일 등을 고려해 실사, 심의 등과 같은 절차를 간소화하고 단독펀드, 공동투자 등 다양한 형태를 활용해 유연하고 신속한 투자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와의 아시아부동산투자 파트너십펀드 결성을 비롯해, 네덜란드 연기금 APG와 포르투갈 도로에 공동투자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도 여럿 제시했다. 앞으로 이런 코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에 소재한 국민연금 해외사무소를 교두보로 삼아 프로젝트 공동투자 확대 등 현지 투자 기능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김 이사장은 부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