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무척 커졌습니다.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후 쉼없이 달려온 데 따른 피로감도 작용했을 겁니다.
지난주 고용 쇼크에 이어 이번주엔 물가 쇼크까지 겹쳤습니다. 특히 소비자 물가지수 급등은 미 중앙은행(Fed) 긴축 전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작지 않습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이슈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뉴욕 투자자문사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창립자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사실 이번 물가 급등의 상당한 원인이 (원자재 및 부품) 공급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조만간 이 문제만 풀리면 물가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경제가 전면 개방되면 모든 부문의 일시적인 병목 현상이 사라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마코 발리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도 “4월의 물가 지수가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Fed가 줄기차게 얘기해온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날 뉴욕증시는 오랜만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국 증시의 주요 특징을 짚어 주시죠.3일 연속 부진했던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는데요, 그동안 많이 떨어진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물가 상승에 따른 통화 당국의 긴축 전환이 우려되긴 하지만 경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다시 힘을 얻은 겁니다.
물가 급등을 가리키는 지표는 또 나왔습니다. 4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4.2% 급등해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같은 달 생산자 물가지수(PPI) 역시 6.2% 뛰었습니다. 2010년 11월 집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고용 지표는 더 개선됐습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47만3000명으로, 전주 대비 3만4000명 줄었습니다. 이번 팬데믹 발생 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미 경제가 전면 재가동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도 나왔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정도를 빼놓고선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1.66%로, 전날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6.2% 떨어진 23.13으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서학 개미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일론 머스크와 캐시우드의 행보가 굉장히 불편한데, 현지에선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암호화폐 투자자나 여기 언론도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머스크 CEO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자사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후 세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암호화폐를 채굴 또는 거래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너무 많이 소비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에 머스크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전날까지도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트윗을 띄웠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테슬라는 지난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15억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혔는데, 이후 10%를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가세했습니다. 신문은 “채굴에 따른 환경 문제를 (50일 만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이유로 들었는데, 기후 영향 이슈는 비밀이 아니었다”며 “왜 지금 시점에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보호법 등 법적 규제를 우려해 철회한 게 아닌지, 또 발표 직전 비트코인을 매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술주 등에 올인한 뒤 월가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투자 성적이 워낙 신통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드가 운용하는 혁신 펀드 수익률은 이달 들어서만 15% 추락했습니다. 나스닥 지수 하락률(6.7%) 대비 두 배 넘게 떨어진 겁니다. 2월의 고점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30%를 넘습니다.
하지만 우드 CEO는 웨비나에서 “주가가 싸졌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며 기존의 투자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드 펀드가 보유 중이던 버진갤럭틱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월 말 우주 탐사에 뛰어든 혁신 기업들에 투자하겠다며 우주탐사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는데, 한 달도 안돼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버진갤럭틱 주식을 매도한 겁니다.
▶향후 체크해봐야 할 이벤트와 이슈도 종합해서 정리해 주시죠.당분간 인플레이션 여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금리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스닥 지수와 역상관 관계가 높은 장기 국채 금리의 향방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데, 연 1.7%대를 뚫고 올라갈 것인지가 1차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0년짜리 금리가 연 1.7%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초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달 27~28일 열렸던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을지 다음주 수요일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일 오후 2시에 의사록이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4~5월에 급등할 수 있겠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어서 다시 낮아질 것이란 게 Fed의 기본 시각입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17일(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5월, 전달엔 26.3)
18일(화) 주택 착공(4월, 전달엔 174만 채)
19일(수) FOMC 의사록(오후 2시)
20일(목)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21일(금) 마킷 제조업 PMI(5월, 전달엔 60.5) / 마킷 서비스업 PMI(5월, 전달엔 64.7)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엔 이번주 대비 약 30% 수준인 200여개 기업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주목할 만한 기업은 월마트 메이시스 홈데포 타겟 등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입니다. 경제 재개와 함께 또 다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했을 지 관심입니다.
SK그룹이 최대주주인 수소에너지 업체 플러그파워는 오는 17일에 1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strong style="color:inherit">다음주 실적 발표하는 주요 기업> *일부 변경 가능
17일(월) 플러그파워 텐센트뮤직 리즈
18일(화) 월마트 홈데포 메이시스 바이두 트립닷컴
19일(수) 타겟 로위스 엘브랜드
20일(목) 콜스 랄프로렌 BJ’s 호멜푸드 로스
21일(금) 풋로커 디어앤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