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황금알' 낳는 웹툰·웹소설

입력 2021-05-12 17:17
수정 2021-05-13 00:22
전 세계 웹툰(디지털 만화) 시장은 약 9조원에 이른다. 그 절반을 ‘만화 왕국’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 1~3위 플랫폼이 네이버의 라인만화 등 한국 기업 계열사들이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웹툰·웹소설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세계 100여 개국에 10개 언어로 작가 70만 명의 작품을 서비스하며, 72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이달 초에는 9400만 명이 이용하는 캐나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해 이용자 수를 1억6600만명으로 늘렸다.

카카오도 최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했다. 곧 14억 인구의 인도와 유럽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사업 매출은 최근 3년간 4배 이상 늘어났다. 두 회사는 미국 증시 상장도 노리고 있다.

웹툰·웹소설은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의 핵심 장르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영상산업까지 아우르기에 확장성도 뛰어나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동남아를 비롯한 8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카카오 웹툰 기반의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올랐다.

인기 작가들의 수입은 어떨까. 네이버 웹툰의 전체 작가 평균수입은 연 3억1000만원, 1~20위는 17억원에 달한다. 상위 10위권은 31억원, 흥행에 따라 50억원을 넘기도 한다. 웹소설도 한 해 10억원 이상 버는 작가가 수십 명이다.

물론 모두가 잘나가는 건 아니다. 작가의 절반은 수입이 연 3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작품 하나가 드라마나 영화, 공연으로 이어지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웹툰과 웹소설의 장점을 엮은 파생상품이 성공하면 수입이 더 늘어난다. 진입장벽은 의외로 낮다. 공모전에 1만여 명이 몰리기도 한다.

창작보다 플랫폼 창업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늘고 있다. 카카오가 최근 5000억원에 인수한 래디쉬의 창업자는 31세 한국인이다. 그는 2016년 집단창작 방식의 플랫폼을 설립해 5년 만에 거액을 거머쥐었다. 이를 지켜보는 일본의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일본 언론들이 “‘만화 왕국’ 자리를 빼앗길 처지가 됐다. 한국 웹툰이 세계표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연일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