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신매시장에 있는 ‘궁전떡집’은 시장 안에서 목이 좋은 곳이 아니어서 경쟁 점포보다 매출이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 시장에 도입된 ‘고(go)배달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배달을 통한 매출이 10개월 만에 3000만원을 넘어섰다. 61개 가입 점포 가운데 배달 매출 1위다. 주인 임미지 씨는 “배달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위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장의 ‘달떡’이라는 떡볶이 매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배달서비스 도입 이후 주문 건수가 10개월 동안 976건으로 1위, 배달 매출은 3위다. 권남학 달떡 사장은 “평균 주문액이 1만원 내외인 떡볶이에 배달료까지 포함되면 가격경쟁력이 없지만, 고배달서비스는 배달료 부담이 없어 도움이 된다”며 “일반 가게는 누리지 못하는 전통시장 내 점포만의 혜택”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는 신매시장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선도형 시장’에 지난해 7월 선정되면서부터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주문과 배달서비스가 접목되면서 전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0여 개 점포 가운데 61곳이 배달서비스를 도입해 10개월간 배달 매출이 1억원을 돌파했다.
대구시는 신매시장에 이어 올해 중기부에서 공모한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지원 사업에 동서시장, 서남신시장 등 대구 지역 7개 시장이 선정돼 온라인 장보기 및 배송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신매시장의 배달서비스는 전화나 비대면 주문앱으로 각 점포가 받은 주문정보를 시장선도형 육성사업단에 카카오채널로 넘겨주면, 사업단이 배달과 수금(결제)까지 무료로 대행하는 서비스다.
시장 점포주는 이를 통해 민간 배달앱에 가입하면 내야 할 가입비 월 5만~10만원과 건당 배달료 3000~3500원을 절감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렸지만 배달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경쟁력도 되살아났다.
성종호 시장선도형 육성사업단 운영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전화나 온라인 등 비대면 주문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인도 비대면 시장에 적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하지만 결제대행과 배달대행 수수료 부담으로 속앓이하는 상인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단에서 무료 배달을 대행하면서 점포 주인과 소비자 모두 이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수성자활센터와 지난해 협약을 맺었다. 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차상위계층 주민 11명이 배송할 물건을 모아 자동차로 3㎞ 이내 지역까지 배송하고 있다. 장보기배달은 하루 2회(오전 11시·오후 5시), 찜닭, 분식 등 점심 메뉴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시로 배달한다. 정의관 대구시 경제국장은 “온라인 주문과 배송을 희망하는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