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주요국 중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선다. 다음주부터 주간 국채 매입 규모를 종전 40억캐나다달러에서 30억캐나다달러로 줄인다고 밝힌 것이다. 캐나다는 G7(주요 7개국)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첫 번째 국가다.
BOC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5%로 전망되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연 0.25%로 유지했지만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2023년에서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캐나다의 테이퍼링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제 금융시장의 시선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을 향하고 있다. 미국도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캐나다처럼 경제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ed는 월 1200억달러 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 시점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언급이 없고, 파월은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지속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파월이 최근 “금리 인상에 훨씬 앞서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칙론을 밝힌 것이긴 하지만 시장에선 Fed의 자산매입 축소가 이르면 올해 말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Fed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의 긴축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이 6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고 러시아와 터키도 금리를 인상했다. 노르웨이는 인상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로 당기기로 했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뉴질랜드도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6월 회의에선 관련 논의를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잉 유동성은 자산 거품을 만든다. 세계가 코로나 극복에 퍼부은 돈이 이제 서서히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캐나다의 테이퍼링은 그 신호탄일 수 있다. 혹시 모를 해외발(發) 긴축 쇼크가 국내 자산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언제, 어떤 충격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란 점에서 인플레이션과 거품뿐 아니라 급증하는 나랏빚 문제도 국가신인도와 관련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