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약자에 끼친 충격 보고도 '최저임금 1만원' 집착하나

입력 2021-04-20 17:54
수정 2021-04-21 00:18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 첫 심의에 들어갔다.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시급 1만원 vs 동결’ 구도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전망이다. 이날 한국노총 측 참석자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18년(16.4%), 2019년(10.9%)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로 결정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져 작년(2.87%)과 올해(1.5%) 속도조절을 했다. 그 결과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이다. 1만원이 되려면 무려 14.7%를 올려야 한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최저임금은 그에 따라 당연히 높아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생산성 대비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너무 과속이란 점이다. 2018년 노동 생산성이 3.6%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그의 4배가 넘게 뛰었다. 2019년엔 생산성이 제자리였는데도 최저임금만 크게 올랐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는 ‘노동약자’들에게 집중된다. 특히 자영업자와 취업준비생에게 치명적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최대 34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자영업자 비중도 2019년 26.8%에 달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취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최저임금 급등 탓에 힘들어져 임시·일용직이 되거나 실직 상태에 빠졌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더욱 타격이 심하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이 본격 협상에 앞서 일단 지르고 보는 전략적 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현실을 반영해 합리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장기화로 자영업이 붕괴하고, 개인파산이 매달 1000건을 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물가상승률 정도의 인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도 매달 따박따박 월급 받는 노동시장 강자들이 ‘약자 보호’를 내세워 최저임금을 또 폭등시키려는 것은 ‘악어의 눈물’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