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테크 '자율차 대동여지도' 구축

입력 2021-04-20 17:18
수정 2021-04-21 00:45

자율주행차도 지도가 필요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지도를 자율주행차가 이용하기에는 부실하다. 차선 간격, 신호등 위치, 도로 인근 시설물 위치 등이 정밀하게 담긴 3차원(3D) 공간 정보가 필요하다. 실제 공간과 지도 정보의 오차율은 몇 ㎜에 불과해야 한다. 이런 정보 없이 자율주행차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현실 공간 그대로 데이터화인공지능(AI) 기반 공간 정보 및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모빌테크는 자율주행차용 지도를 만드는 업체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20일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공간 정보조차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모빌테크의 측위 기술은 실내 공간에서도 정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모빌테크는 AI 기술을 활용해 공간 정보를 3D 디지털로 가공하고 있다. 국내 20여 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배달로봇 등의 주행에 필요한 고정밀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관련 플랫폼인 ‘레플리카 시티’를 내놓기도 했다. 레플리카 시티는 AI 기술을 통해 현실 공간을 데이터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 목표다. 관련 데이터로 같은 공간을 실제로 다른 곳에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치밀하다는 얘기다. 정밀 공간 정보는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물 관리, 도심 교통량 분석 등 도시 정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2017년 대학원 연구실 동료와 모빌테크를 창업했다. 그는 원래 드론 항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사업과 연구 방향을 바꿨다. 모빌테크는 최근 정부의 ‘위치기반서비스 공모전’에서 대상인 방송통신위원장상을 받았다.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1’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1 혁신상’을 수상했다. “서울 전역, 고정밀 공간 정보 가공”모빌테크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팬텀AI와 손잡았다. 팬텀AI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교통국(DMV)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허가를 획득했고, 미국 포드사 등으로부터 2200만달러(약 2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업체인 모바일어플라이언스와도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모빌테크의 기술을 도입하는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8억7000만원)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대자동차, 네이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모바일어플라이언스 등으로부터 54억원을 투자받았다.

올해 목표는 공간 정보의 정밀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지도의 거리 사진 정보를 보면 대부분 6개월 전 데이터”라며 “도로를 개·보수해 차선이 바뀌어도 자율주행 차량이 문제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공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판교 지역은 매주 3회 정도 공간 정보를 갱신하고 있다. 모빌테크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공간 데이터를 계속 확보할 방안도 찾았다. 공간 데이터 확보 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지금은 주로 세종시와 서울 상암동을 중심으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서울 전체를 정밀 공간 정보로 가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