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를 시사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9일 현재 공시가격 9억원인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사면 건의를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 총리대행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선에서 그런 의견을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억원 기준은 12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이라며 “정부도 관련된 의견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많아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새롭게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경우엔 (세금 부담이) 피부로 와닿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시가 기준으로 14억원 미만의 주택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국민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상승이 증세 목적이냐는 질의에 대해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공시가격 상승이 증세 목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억원 미만 주택의 재산세율을 낮추고 건강보험료 재산공제율도 더 확대하는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무엇이 더 공정한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날 민주당은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종부세 완화 등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상향 조정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1주택자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현재 9억원인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과세 기준을 금액에서 비율로 바꿔 상위 1~2%에만 종부세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SNS에서 “현행 LTV(담보인정비율) 40%를 최소 60%까지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 총리대행은 이날 경제계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를 관계기관에 전달했는지 묻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경제계와의 간담회에서 건의가 나왔고 이를 관계기관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곽 의원이 “권한을 가진 분에게 전달했느냐”고 재차 묻자 “예”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을 묻는 곽 의원 질문에 “검토한 적 없다”고 잘라말했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내지 사면 문제는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검토할 수 없다”고 했다.
강진규/최진석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