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텔 청약 60 대 1 vs 미달…"입지·커뮤니티 좋은 곳은 로또"

입력 2021-04-11 17:00
수정 2021-04-12 01:08

오피스텔은 아파트 규제의 반사이익을 받는 대표적인 부동산 상품이다. 대출 규제 등이 아파트에 집중되자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청약 경쟁률이 60 대 1에 달하는 단지와 청약 미달되는 단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목적으로 오피스텔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면서 입지나 주거 환경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단지별 온도차 커져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분양된 전국 오피스텔 12곳 중 8곳이 최초 청약에서 미달했다. 약 66%가 청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경기도에선 1분기에 청약을 진행한 6곳이 전부 미달 사태를 빚었다. 경기 고양시에 공급된 302실 규모 ‘수아주 위드펫’도 경쟁률이 0.07 대 1에 그쳤다. 이외 △시흥 거북섬 더웰(0.02 대 1) △안산 더스테이(0.06 대 1) △안산 스마트캐슬3.0(0.04 대 1) △오산 청광플러스원(0.04 대 1) 등이 모두 초기 마감에 실패했다.


이와 달리 분양 흥행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지난달 공급된 세종 산울동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H3’은 평균 6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광역시 아파트 평균 경쟁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건설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은 평균 12 대 1로,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포스코건설이 인천 미추홀구에 짓는 시티오씨엘 3단지 오피스텔은 11.88 대 1로 단기 완판됐다.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실수요가 대거 진입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투자가 아닌 실거주 수요가 늘면서 ‘묻지마 청약’을 하기보다는 옥석을 가려 선별 진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 들어 입지, 분양가, 시공사 등의 요소에 따라 오피스텔 흥행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오피스텔 시장으로 ‘풍선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오피스텔 가격은 2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아파트 상승률(10%)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전국에는 오피스텔 56곳, 2만7138실이 공급됐다. 청약자는 총 36만3982명이었다. 2019년 물량(70곳, 3만3635실)보다 적지만 총 청약자 수는 4배가량 늘었다. 입지와 커뮤니티 잘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입지 여건이나 아파트에 준하는 커뮤니티 도입 여부가 오피스텔 청약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아파텔(아파트 평면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불리는 중대형이 아니더라도 구조가 좋고 거주 환경이 뛰어난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내 오피스텔인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전용면적 20~35㎡의 소형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풍부한 수납공간, 높은 천장고, 전면 남향 위주 배치, 넉넉한 주차공간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오피스텔의 단점으로 꼽힐 만한 요소를 줄이는 데 신경 썼다.

인천 학익동 ‘시티오씨엘 3단지’도 8개 동 중 2개 동이 오피스텔이다. 단지 내 영화관과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피트니스, GX(단체운동)룸, 남녀 샤워실 및 탈의실, 공유오피스, 북카페, 코인세탁실 등도 갖췄다. 전용 34~51㎡로 구성된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은 도보권에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신당역이, 반경 1㎞ 내 1·4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이 있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가점 낮은 수요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하고 청약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피스텔을 갖고 있더라도 아파트 청약 때 1순위 청약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오피스텔도 대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관리방안을 통해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의 40%까지만 받을 수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70%까지 허용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대출 여력이 줄면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인근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고 청약 등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젊은 층의 선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효성중공업이 서울 서초구에 ‘해링턴 타워 서초’ 오피스텔 285실(전용 18~49㎡)을, 현대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힐스테이트 장안 센트럴’ 오피스텔 369실(전용 38~78㎡)을 내놓는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연수구에 ‘더샵 송도아크베이’ 오피스텔 225실(전용 84㎡)을 공급한다. 업무지구가 가깝거나 역세권에 들어서는 단지들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