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부채 21조 불린 공공기관들…"국가보증 채권발행"

입력 2021-04-05 17:45
수정 2021-04-05 18:07

공공기관 부채가 1년만에 21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공기관의 부채 현황과 재무건전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는 525조1000억 원으로 2018년 말(503조7000억원)보다 4.2% 증가했다. 1년만에 21조4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자산은 4%(32조8000억원) 늘어난 861조1000억 원으로, 부채 증가율이 자산 증가율보다 더 높다.

부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기관은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 5개사다. 입법조사처가 에너지 5개사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5개 기관,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 등 공공기관 부채의 약 80%를 차지하는 12개 중점관리 기관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 공기업 5개사에서만 부채가 15조8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철도공사(7000억 원), 한국도로공사(1조4000억 원) 등도 부채 증가폭이 컸다.

입법조사처는 정부의 보증을 바탕으로 한 공공기관 사채발행액이 꾸준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공기업은 외부차입자금을 은행 심사 같은 간접금융방식이 아닌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방식으로 조달한다. 각 기관의 세부적인 재무건정성과는 별개로 손실보전제도 등 국가의 보증을 통해 낮은 금리로 채권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요금 규제와 공공기관 방만경영도 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혔다. 입법좌처는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도로 등 5가지 공공요금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부채가 증가했다”며 “공공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는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 완화, 유연탄 가격 인상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고,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수자원공사의 원가 보상률도 80%대에 그친다는 것이다.

일부 공공기관의 시중금리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직원 주택융자금,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집행 등 이른바 ‘방만경영’도 부채 증가를 야기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