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한국 인권 관련 보고서를 내고 여권(與圈) 인사들의 부패 및 성추행 의혹을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강행하고 일부 탈북민 단체 설립을 강제 취소한 사례도 적시됐다. 연일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공언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하고 한국관련 편에서 “(한국의) 법은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고 정부가 대체로 이 권리를 존중했다”면서도 “국가보안법과 기타 법, 헌법 조항에 대한 해석과 실행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중대한 인권 이슈로 △대북 전단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 △부패 △형사상 명예훼손법의 존재 △군대 내 동성애 불법화 등을 꼽았다.
정부의 부정·부패 사례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패와 정부 투명성 부족’ 섹션에서 “한국 정부가 대체로 공무원 부패를 처벌하는 법률을 효과적으로 집행했다”면서도 “공무원들은 때로 처벌 없는 부패 관행에 동참했고 정부의 부패에 관한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표 사례로는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꼽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지난해 9월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된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년 연속 이 보고서에 올랐다. 보고서는 조 전 장관과 부인 등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운영 중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실도 적시됐다.
여권 인사들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성추행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였다”며 “1년 내내 공직자가 연루된 유명인사의 많은 성추행 혐의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접경지대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인권 단체들의 입장을 담았다. 이어 “일부 인권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초점을 맞춘 특정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제약했다고 주장한다”며 지난해 6월 통일부가 탈북민 박상학·박정오 형제가 설립한 ‘자유북한운동연합’, ‘큰샘’의 설립을 취소한 사실을 담았다. 지난해 8월 통일부가 북한 인권과 탈북자 정착 지원 관련 활동 단체 등 25곳의 비정부기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사실도 적시됐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