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반그룹, 대한전선 품는다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1-03-29 14:10
수정 2021-03-29 18:13
≪이 기사는 03월29일(13: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반그룹이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을 인수한다. 신사업 진출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통 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대한전선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기로 하고 호반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주 진행된 본입찰에서 호반그룹은 글로벌세아와 막판까지 경쟁을 벌인 결과 가격과 향후 성장 방안 등 비가격적 요소에서 우위를 보여 대한전선 인수 승자가 됐다. IMM PE가 보유한 지분 40%에 대한 거래가는 2518억원이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4.03%는 이번 거래에서 제외됐다. 향후 채권단이 동반매도권을 행사하면 전체 거래 금액은 약 4000억원이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는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후 지난해 폐기물 업체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고민해왔다. 지난해 대한전선 매각이 시작된 초반부터 호반그룹이 유력 후보로 꼽힌 이유다. 호반그룹은 2014년 대한전선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잠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전선업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대한전선 인수는 호반건설을 중심으로 한 주력 사업에 나아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김 회장이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전선은 초고압 케이블 부문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다. 대한전선의 500kV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주는 물론 불모지로 불렸던 유럽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9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최근 전선업계 내 해저케이블 수주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분야다. 글로벌 각국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0년 23억달러였지만 오는 2025년에는 약 45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해저케이블 기술은 대한전선, LS전선 등 국내외 일부 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사업 확대를 위해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설비 구축에 적극적이다. 호반그룹의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대한전선은 글로벌 업체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대한전선 인수 5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IMM PE는 2015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대한전선 지분 71.51%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비주력 사업 정리,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7413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을 달성했다. IMM PE는 W컨셉 매각 작업도 막바지에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