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퍼밀' 식재료 산지직송…2년새 6배 성장

입력 2021-03-21 18:15
수정 2021-03-22 02:40
퍼밀은 국내 최초의 농가(農家) 스타트업이다. 농산물 재배 농가에 선도금을 주고, 공동으로 땅을 일궈 신선하고 특별한 고부가가치 식재료를 도시민에게 공급하는 온라인몰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트진로 등으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퍼밀을 운영하는 식탁이있는삶(식삶)은 김재훈 대표(사진)가 2014년 설립했다. 동굴속고구마,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초당옥수수, 의성 토종마늘 등 퍼밀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퍼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퍼밀은 요즘 유통산업의 화두인 ‘산지 직송’을 100% 실현 중인 스타트업이다. 식삶이 의성 등 경북 일대에 보유한 땅에 특별한 종자를 시험 재배한 뒤,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생기면 주변 농가들과 공동 경작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농민에게 종자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작법을 알려주고 선도금도 준다”며 “농민들은 작황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유통단계를 퍼밀 하나로 단축하기 때문에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퍼밀이 추구하는 시장은 토종 고급 식재료다. 커피 시장도 대중화 단계를 넘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로 전환하고 있듯이 농산물 소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비전’은 ‘청년을 농촌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평소 생각에서 비롯됐다. “귀촌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산지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농산물을 바로 소비자 식탁에 올릴 ‘통로’만 넓어진다면 귀촌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신념이다.

퍼밀은 전국 160여 곳에 독점적 산지 및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독점계약 재배 품목은 100여 종에 이른다.

퍼밀이 농가와의 상생에 방점을 찍은 이유 중 하나는 농민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김 대표의 경험 덕분이다. 2003년 대학 재학 시절 흑마늘 유통으로 첫 번째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린 그는 2010년 킹크랩을 들여오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4개월이나 억류되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 식삶 설립으로 재기에 나설 때 도와준 이들이 예전에 거래하던 농장주들이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