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77만원 내며 주말농장? 민변·참여연대 투기 의심사례 추가 발표

입력 2021-03-17 11:02
수정 2021-03-17 11:04

3기 신도지 예정지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이번엔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추가로 발표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18~2021년 매매된 경기 시흥 과림동 농지에서 다수의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며 "LH 직원을 포함해 중앙·지자체 공무원, 국회·광역·기초의원, 공공기관 임직원 및 외지인,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지자체가 신도시와 그 주변 농지소유자들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여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할 것을 요구하고, 현장조사 결과 농지법 위반 혐의가 상당히 높은 사례들에 대해서는 이후 국가수사본부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수사촉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위가 발표한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는 LH 직원들을 포함해, 해당 지역으로 출퇴근하며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외지인이거나, 농업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의 과다한 대출을 받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현장조사 결과 농지를 고물상, 건물부지 등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포함되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번 조사결과는 3기 신도시 대상지 중 일부인 시흥시 과림동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다른 3기 신도시나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더 많은 농지법 위반과 투기 의심 사례가 적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여부만 가지고 수사를 한다면 LH공단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농지법이나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로 수사의 범위를 넓혀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 공무원,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에 관여한 공공기관 임직원은 물론 기획부동산, 허위의 농림법인, 전문투기꾼 등 투기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농지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되어온 데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접수·발급하는 각 기초지자체(시ㆍ구ㆍ읍ㆍ면)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중앙정부(농림부), 광역지자체(경기도 등)가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해온 것에서 비롯되었다"면서 "이들에 대한 감사청구서도 감사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농지가 전업농이 아니라 방만하게 비농업인에게 소유될 수 있도록 한 현행 농지 소유제도를 헌법의 경자유전의 원칙에 맞게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농지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관리감독 체계도 바로 세울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실제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경우 입법을 통해 소급하여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각 관할 지자체들이 투기적 성격이 분명한 농지법 위반 농지들에 대한 처분명령을 유예없이 즉시 시행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농지투기자들이 투기이익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참여연대와 민변이 공개한 대표적인 위반 의심 사례에 따르면 일부 농지는 채권최고액이 4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담보대출 금리가 3% 수준이라고만 가정하더라도 월 약 77만원의 대출이자가 발생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농업 경영 목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토지소유자들이 해당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투기 목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사기관은 토지소유자들이 농지를 취득하게 된 경위, 자금출처, 대출 과정의 정당성, 차명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여 그에 맞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최근 3년간 시흥시 과림동에서 매매된 전답 131건 중 3분의 1에 달하는 40여건에서 위와 같은 투기의심사례가 발견되는 만큼 수사범위를 3기 신도시 전체는 물론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사업에 농지가 포함된 경우로 확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