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과거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적폐'로 규정한 것과 관련, 심상정 정의당 의원(사진)은 "이번 LH 땅투기 사태는 현 정부의 적폐"라고 꼬집었다.
심상정 의원은 16일 의원총회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께서 부동산 적폐청산을 통해서 촛불정신을 구현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의 짤막한 부동산 정책 반성문을 보며 당혹스러웠던 사람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부동산 적폐는 예전 정부부터 누적되어온 것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공직자들의 부패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수차례 공언하셨고, 또 절대 지지 않겠다고도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적폐청산을 위한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에 실패했다"며 "이렇게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에서까지 이어지고, 더 확산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배신감마저 토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적폐청산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정도의 소회로 국민의 분노를 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만연한 공직자 투기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며 "또, 촛불정신 구현을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촛불시민의 바람은 '내 삶을 바꾸는 대한민국’이었다.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청년, 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먼저 부동산 정책부터 바꿔야 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신도시 중심의 대규모 공급정책, 그리고 공공택지로 땅 장사, 집 장사를 하는 과거 정권의 낡은 정책기조를 답습했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또 "중요한 것은 '공공주도'가 아니라 질 좋은 '공공주택 공급'이다. 공공주도 기조를 지키는 가운데, 적어도 공공택지에서만큼은 100%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주택공급정책의 원칙이 전환되어야 한다"며 "그리고 주거복지를 총괄할 콘트롤타워로 '도시주택부(가칭)'를 설치하고,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LH공사는 그 기능을 분산해서 시행사로 그 역할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대통령께 원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공직자 부패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다. 또 철저한 수사를 바탕으로 발본색원하고 공약했던 주거복지의 실현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촛불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LH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지 2주 만에 공식 사과한 것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