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등의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이 11일 오후 2시 30분에 1차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같은 시각 청와대도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발표도 전에 "맹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국토부 직원의 가족은 조사를 못하는 등 '구멍'이 너무 많아서다. '수사'가 아닌 조사인 탓에 부동산 거래의 불법 여부는 이번에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낮은 정부 '셀프조사'에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전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어떤 간 큰 공무원이 자기 이름으로 투기하나"1차 조사 결과에서 공개될 내용은 국토부·LH 직원 1만4500여명이 3기 신도시 개발지역 등 8곳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는지 여부다. 앞서 참여연대 등의 폭로로 LH 전·현직 직원 15명이 신도시 지역에서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고, 추가 거래자가 몇 명이나 더 나올지가 관심사다.
일각에선 "1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적발 인원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광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어떤 간 큰 공무원이, 그것도 토지개발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이 본인 이름으로 투기를 하겠냐"며 "어수룩한 사람 몇 명만 적발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공직자 가족에 대한 조사도 곧 착수할 것"이라며 "시간이 촉박해 1차 조사는 공직자 본인에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날 이후부터는 국토부·LH 직원의 가족과 지방자치단체·지방공기업 직원과 그 가족 등 약 10만명을 상대로 2차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때 '가족'은 배우자와 자녀·부모 등 직계비존속에 한정된다. 공직자의 형제·자매와 배우자쪽 부모·형제·자매, 기타 친인척 등은 여전히 빠져 있다.
정부는 필요하면 3차 조사를 통해 형제·자매·친척 등도 살펴본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한참 걸려 빠져나갈 사람은 다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단순 부동산 거래 사실 적발로는 부족 이날 발표에서 신도시 지역 거래자가 많이 적발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LH 사태를 계기로 밝혀내야할 사안은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된 정보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다. 즉 부동산 거래의 불법성 여부다. 하지만 정부 조사로는 단순 거래 사실 이상을 밝혀내기 어렵다. 거래 사실이 적발된 공직자는 "개발 사실을 모르고 샀다"고 발뺌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표된 광명·시흥시의 자체 조사 결과도 그랬다. 경기도 시흥시는 10일 소속 "공무원 8명이 신도시 예정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법 투기를 의심할 만한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8명 가운데 5년 내 취득자는 3명에 그쳤고, 2명은 상속을 받은 것이었다. 광명시도 같은날 소속 공무원 6명이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를 샀다고 발표했지만 불법 거래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
수사권이 없는 조사, 더구나 정부 스스로 하는 '셀프조사'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당사자들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토지 소유의 변동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방식의 외부기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수사권을 통해 토지 거래와 돈의 흐름을 쫓아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식의 진상 규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조사와 별개로 경찰 수사가 일부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LH 현직 직원 13명에 대한 수사에 한정돼 있고, 첫 압수수색이 9일에야 이뤄지는 등 진도도 느리다. 시민단체 폭로가 이뤄진 2일 이후 1주일이 지나서야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 수사에 경험이 풍부한 검찰은 수사에서 배제돼 있는 상태다. 조사단 미숙한 일 처리도 '도마' 정부합동조사단의 미숙한 일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합동조사단이 4일 발족한 이후 처음 한 일은 국토교통부·LH 등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받는 것이었다. 동의를 받아야 이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첫 단추'부터 일이 꼬였다. 한참 동의서를 제출 받은 이후에야 서류 양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 8일부터 새로운 동의서를 작성·배포했다. 한시가 급한데 엉성한 일 처리로 아까운 수일을 허비한 셈이다.
"내 부동산 거래 내역을 보지 말라"며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LH 직원만 총 12명이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 역시 수사권 없는 조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