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내 이란자금 해제 안한다…핵합의 의무 준수해야 제재완화"

입력 2021-03-11 17:17
수정 2021-03-25 00:03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10일(현지시간)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국적의 석유제품 운반선 ‘한국 케미호’의 이란 억류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미국과의 협의에 따라 해제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그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란이 핵합의 의무를 준수한다면 우리도 합의에 따라 제재 완화를 이행할 것”이라며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한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先) 핵합의 준수, 후(後) 제재완화’라는 기존 대(對)이란 대응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란은 2010년부터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로 한국 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 왔다. 미국의 제재로 현재 국내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 4일 아라비아반도 중동부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케미호를 나포했다. 당시 이란 측은 이 선박의 환경오염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는 자국의 동결자산 해제를 압박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자국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과 오만 등에 있는 이란의 동결자산 30억달러를 풀기로 결정했다”는 식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흘리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이 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한국케미호 사태는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