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Fed 의장 "인플레 인내"…금융시장 '출렁'

입력 2021-03-05 17:34
수정 2021-03-12 18:20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용인하는 발언을 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 유가까지 급등해 주요국 증시는 더 흔들렸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화상 콘퍼런스에서 “최대 고용과 함께 평균 2.0%라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도 인내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물가 상승률이 1.4% 수준이어서 그의 말은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급등한 미 국채 장기물 수익률에 대해 “주목할 만하지만 우리는 금융시장 전반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회사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업자는 “시장 안정성 힌트를 전혀 주지 않은 건 관련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연 1.555%까지 뛰었다가 1.54%로 마감했다. 전날(1.47%) 대비 0.07%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초저금리 혜택을 많이 받아온 나스닥지수는 하루 동안 2.11% 하락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5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3000선을 내줬다가 0.57% 내린 3026.26으로 마감했다.

이날 미 국채의 대체재 격인 금 가격(4월물)은 트로이온스당 1689.70달러로, 작년 3월 이후 처음 17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같은 안전 자산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는 크게 올랐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회원국들이 예상을 깨고 다음달에도 종전과 비슷한 감산 체제를 유지하기로 해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4일 4.2% 폭등한데 이어 다음날도 장중 1.2% 오른 배럴당 64.38달러에 거래됐다. 1년10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