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로 기억 훈련하면 치매 발병 30% 줄어"

입력 2021-03-01 17:52
수정 2021-03-02 01:13
“기억 훈련을 꾸준히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을 30% 정도는 줄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기억 훈련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만큼 활용도가 더 넓어질 것입니다.”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노년층의 인지기능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논문을 세계적 의료정보학·헬스케어 분야 학술지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AI 스피커 기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한 첫 사례다. AI 스피커로 치매 개선 입증이 교수 연구팀은 SK텔레콤과 협력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AI 스피커 ‘누구’의 치매 개선 특화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이용한 집단과 이용하지 않은 집단의 인지능력을 개인별로 8주간 하루 3회 비교했다. 연구 결과, 두뇌톡톡을 이용한 사람은 기억 장애 진단 척도인 장기기억력과 언어유창성, 작업기억력 관련 인지능력 수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장기기억력은 13%, 작업기억력은 11.4%, 언어유창성은 15.5% 개선됐다. 언어유창성은 사고유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작업기억력은 학습과 집행능력에 영향을 주는 단기기억의 일종이다.

두뇌톡톡은 SK텔레콤과 이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주요 일선 병원과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인지기능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메타기억훈련(MMT)을 음성 기반 AI로 구현했다. 이용자는 AI 스피커가 제시하는 퀴즈를 푸는 형태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이 교수는 “AI 스피커를 통해 MMT를 진행해도 오프라인에서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전까지는 기억 훈련을 하려면 병원 및 치매예방센터까지 찾아와야 했지만 AI 스피커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AI 스피커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며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 진출도 기대”SK텔레콤과 이 교수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통해 두뇌톡톡이 국내외 메타기억훈련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검증한 만큼 향후 콘텐츠 고도화를 통해 장·노년층의 치매 예방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1만5000여 가구에 두뇌톡톡을 이용할 수 있는 AI 스피커를 보급했다. 지자체가 선정하는 돌봄 대상자는 물론 일반 고객도 두뇌톡톡을 쓸 수 있도록 이용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교수는 “AI 스피커는 물론 스마트폰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아 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이모코그라는 스타트업도 설립했다. 그는 “해외에는 아직까지 AI 스피커를 활용한 치매 예방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