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기후리스크 공시 규정 10년만에 손본다

입력 2021-02-25 15:58
수정 2021-03-27 00:0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투자 위험 정보 공시 규정을 10년만에 뜯어고친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나온 조치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앨리슨 헤렌 리 SEC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기후변화 관련 공시 규정을 폭넓게 재검토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리스크 공개 항목을 강화하고, 리스크 평가 기준도 손봐 각 기업이 일관적이고 신뢰할만한 공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증시 상장사들은 사실상 기업마다 임의로 기후 리스크를 따져 공시하고 있다. SEC가 2010년 기후 리스크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지침 내용이 국제 협약이나 각국별 규제 영향을 명시하라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SEC는 이후 한번도 기후 관련 공시 규정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동일한 사업부문에서 영업하는 기업들간에도 기후 리스크 평가가 들쭉날쭉하다.

최근 ESG 투자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안팎에선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금융서비스업체 S&P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민간기업들이 자체 ESG 평가기준을 마련한 반면 금융·증시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례적 한파로 인한 텍사스주 에너지난,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등 기후 이변 여파로 일부 기업들이 휘청인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미국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앞서 "지난 10년간 기후변화 위험이 더 커졌지만, 각 기업의 관련 위험 계산법이나 공시는 부적절하고 일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Fed는 이제 막 기후 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가 세계적으로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리 SEC 위원장 대행도 앞서 “요즘은 과거 어느때보다도 투자자들이 기후 관련 문제를 중시한다”며 “SEC가 ESG 관련 지침을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포괄적인 재검토를 벌여 관련 지침을 갱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도 궤를 같이한다는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수위 당시부터 기후변화를 코로나19 사태, 경제 회복, 인종 차별 문제와 함께 '4대 우선순위 사안'으로 지정했다.

더힐은 "SEC의 발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움직임을 늘리는 와중에 나왔다"며 "각 기업이 기후 리스크 관련해 알려야 하는 정보 범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