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금리로 현금 빌릴 마지막 기회"…회사채 시장 기업들로 '북새통'

입력 2021-02-23 17:18
수정 2021-03-03 18:21
금리 상승세가 예상되면서 발 빠르게 현금 쟁여두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저금리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지자 줄줄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당초 목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조달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25일 창사 후 최대인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당초 15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1조36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리며 연 1%대로 자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해지자 발행금액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금리가 연 2.827%(3년 만기)임을 고려하면 조달비용을 대폭 절감할 전망이다.

이달 조달 규모를 확정한 33개 기업 중 29곳이 모집금액 이상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의 발행금액은 총 9조1800억원으로 맨 처음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금액(5조2600억원)보다 74.5% 늘었다.

이달 회사채 발행기업의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주문은 총 30조760억원으로 2019년 4월(23조1493억원) 기록을 훌쩍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1조원 이상을 모은 기업만 12곳에 달했다. 코로나19 공포를 벗어던진 기관투자가들이 치열한 매수경쟁을 벌인 덕분에 웬만한 기업은 연 1%대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공모로 발행된 만기 5년 이하 선순위 회사채 중 금리가 연 2% 이상인 채권은 5건에 불과했을 정도다. 최적의 발행여건에 힘입어 LG화학은 지난 19일 국내 일반기업 사상 최대인 1조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인플레이션과 정부의 국고채 발행 확대 등으로 인해 금리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회사채 발행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시작된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고채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6월 초 0.777%포인트까지 벌어졌던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시가평가 기준)는 0.31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회사채시장 호황기로 꼽히는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시장에선 기아, 코웨이, 현대중공업 등 15개 이상 기업이 다음달 5조원어치가 넘는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3월은 사업보고서 제출과 주주총회 개최 등으로 채권 발행이 뜸한 시기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