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을 '피해 기업'서 강제로 걷겠다는 與

입력 2021-02-21 17:44
수정 2021-02-22 01:15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핵심은 발전기업의 사업권 박탈과 함께 에너지전환지원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에 받은 발전 사업권을 회수하는 대신 ‘탈(脫)석탄·원전’으로 인한 기업 피해를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부담금 재원을 피해 당사자인 원전·석탄기업에서 강제로 걷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률안 제14조에 따르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는 전력량에 비례해 부담금을 매년 납부해야 한다. 부담금은 전전년도(2년 전)의 생산 전력량을 기준으로 ㎾h당 2원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법 통과 시 2019년 전력 생산량 기준으로 원전 사업자는 2918억원, 석탄발전 사업자는 4547억원 등 연간 최대 7465억원의 부담금을 올해 내야 한다. 여당은 이렇게 조성한 부담금으로 정부에 의해 사업지정이 취소된 석탄·원전 사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겠다는 계획이다. 근로자들의 재취업과 함께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금으로도 활용된다.

당초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탈석탄·원전에 따른 피해기업의 비용 보전으로 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이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지난해 7월 입법 예고하자 곧바로 여론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에너지전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러자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석탄·원전업계로부터 재원을 걷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피해를 봤는데 부담금까지 징수하는 것은 ‘이중 부담’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피해자인 석탄·원전업계에 조세 외에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발전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여당의 입법안은 석탄·원전업계가 받은 피해를 보전해줄 테니 ‘돈은 너희들끼리 거둬서 마련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피해 당사자가 부담금을 내고 받아가는 형태로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에 대해선 산업부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검토 의견서를 통해 부담금 부과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