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다 빼앗길라"…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초비상' [최만수의 전기차 배터리 인사이드]

입력 2021-02-20 07:30
수정 2021-02-20 20:24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서 도로를 달리던 현대자동차의 전기 시내버스 ‘일렉시티’에서 불이 났다. 버스는 전소됐지만 다행히 당시 버스 내에 승객은 없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차량 시스템의 결함일 수도 있고 배터리셀의 결함일 수도 있다. 다만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가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 버스에는 그동안 15건의 화재가 발생한 코나EV와 같은 배터리가 장착됐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버스 화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승객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중국산 전기버스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르면 다음주 코나EV 화재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일렉시티의 화재 원인도 어느정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기버스를 도입한 지자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그린 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 2017년부터 대량으로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하는 전기버스는 총 359대(마을버스 포함)다. 국산차는 현대차 134대, 에디슨모터스 103대, 우진산전 65대 등이다. 중국산은 하이거 42대, BYD 13대, 황해 2대가 보급됐다.

이 중 에디슨모터스의 버스는 중국산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있고 우진산전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서울시 전기버스의 45%가 중국산 배터리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중국 전기버스업체들은 작년부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이번 화재 사고가 올해 입찰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출시예정인 '일렉시티2'에는 LG에너지솔루션 대신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계약은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이번 창원 버스 화재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