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4 주택공급대책에도 서울 주요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6·17 대책(재건축 단지 2년 의무거주 등)에 따라 재건축 단지들이 서둘러 조합 설립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고 매물 품귀 현상을 빚는 중이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규제 완화 발언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28일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는 압구정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 현대2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는 지난달 11일 55억원(6층)에 팔렸다. 이는 작년 8월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인 49억3000만원(13층)보다 5억7000만원 오른 역대 최고가다.
같은 날 같은 구역에 있는 현대3차 전용 82㎡는 27억원(10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같은 달 9일 동일 면적이 26억원(8층)에 팔린 것과 비교해 이틀 만에 1억원 뛰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압구정동 현대3차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대비 39.5% 급감했다.
오는 25일 조합설립총회를 여는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현대9차 전용 111㎡는 지난달 6일 30억3000만원(5층)에 매매돼 처음으로 30억원을 넘은 데 이어, 같은 달 말에는 30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해 12월 23일 52억원(13층)에 팔려 첫 50억원 선에 진입했고, 지난달 11일에는 같은 면적이 50억원(5층)에 매매되면서 강세를 유지했다. 신현대12차 전용 182㎡는 매매 가격이 작년 최고 45억원에서 지난달 16일 57억5000만원(10층)으로 상승했다.
이 일대에서 영업하는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압구정 2구역과 3구역 아파트는 매매가 급등세에 매물도 귀하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 들이면서 1월 중하순 이후로는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합 설립 인가 직전까지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한 정체했던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 추진 속도와 가격 상승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해 정부의 6·17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작년 말까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에 대해 집주인이 2년을 실거주해야 조합원 입주권을 준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압구정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서둘러 조합 설립에 나섰다.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값도 덩달아 초강세를 보인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2·3·4단지가 설 연휴 직전 잇달아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기대감을 키웠다. 목동4단지 96.36㎡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30일 20억 원(7층)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1층인데도 20억25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팔린 목동2단지 전용 65.25㎡(15억7000만 원·3층)와 전용 95.4㎡(19억5500만 원·3층), 목동3단지 전용 145.13㎡(25억5000만 원·8층) 모두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최하(E) 등급으로 통과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목화아파트 89.92㎡도 지난달 22일 18억 원(6층)에 계약됐다. 지난해만 해도 이 면적은 15억8000만∼15억9000만 원에 팔렸다. 부동산중개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 발언을 하는 것도 재건축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