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기혼 여성 대부분은 정부가 추진하는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법안은 현행 직업소개소를 통해 공급받는 가사 종사자를 정부 인증기관이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관련 입법을 앞두고 설문조사한 결과이지만 소비자 부담 상승에 대한 언급은 없어 입법 당위성 확보를 위한 '꼼수 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가사서비스 공식화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이 94.6%에 달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달 13∼22일 맞벌이 여성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사근로자법은 기존의 인력소개소 등을 통해 이뤄지는 가사서비스 시장을 공식화하기 위해 정부가 제출한 법안으로,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인력중개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근로기준법 상 권리를 보장하고, 소비자에 대해 서비스 관리, 피해 보상 등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이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기존의 가사서비스 시장의 아쉬운 점으로 '종사자 신원보증'(32.4%), '소개기관의 책임있는 서비스 부족'(26.7%), '종사자의 잦은 변경'(15.7%) 순으로 답했다.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면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서비스'(73.8%),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경제활동 활성화(36.4%), 가사근로자 권익보호(30.6%) 등이 기대된다고 답변했다.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면 정부 인증기관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5.6%였다. 반면 기존의 직업소개소 방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9.4%였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가 중개기관을 인증하고, 종사자는 해당 중개기관의 근로자로 직접 고용돼 4대보험과 유급휴일, 퇴직금 등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입법 취지 그대로다. 하지만 종사자 권익 확대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에는 가사서비스법 제정에 따른 서비스 이용료 상승과 관련한 설문 내용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14일 가사근로자법을 비롯한 이른바 '안전망 3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공언했다. 공교롭게도 고용부가 설문조사를 시작한 날은 당정협의 전날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 부담 상승, 집단적 노사관계 형성, 가사서비스시장 독과점 우려 등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입법을 기정사실화하고 맞춤형 설문조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