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애플의 시련…현대차·폭스바겐·닛산 잇따라 '손절'

입력 2021-02-16 10:38
수정 2021-02-16 10:53

자동차 업계 진출을 선언한 애플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생산 설비를 갖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연이어 협력설이 언급됐지만 줄줄이 결렬돼서다. 업계에선 애플과 섣불리 손을 잡았다간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의 폭스콘 역할을 꺼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폰 등 제조에 있어 대만 기업 폭스콘과 애플은 협력사지만 양사가 동등한 관계는 아니라는 점을 빗댄 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 파워가 매우 중요하다..때문에 애플의 하청업체로 인식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미칠 영향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 애플카가 두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 분야와는 다르다"며 "애플이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에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자금도 풍부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진출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일본 닛산과도 이견을 보이다 협상에서 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고 로이터통신이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 내용을 인용해 전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양측간 접촉은 짧았고 논의가 고위 경영진 수준까지 진전되지도 못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은 '애플' 브랜드 사용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플카의 협력 대상 제조사가 유력했던 현대차·기아도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외신들은 지금처럼 애플이 완성차 업체에 단순 하청을 바란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CNN은 테슬라에서 포드, 혼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회사들이 후보군에 거론되지만 실질적으로 애플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주도권을 다 쥐길 바라는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들로선 실익이 없어 애플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