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마웠다…서민의 발 '다마스·라보' 역사 속으로

입력 2021-02-09 13:55
수정 2021-02-09 14:08

국내 유일한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가 30년 역사를 뒤로하고 단종된다. 다마스와 라보의 계보를 이어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발이 될 차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다마스와 라보는 올해 1분기 내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1991년 출시된 다마스와 라보는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온 한국GM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그간 다마스와 라보는 '서민의 발'로 불리며 소상공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크기에 비해 넉넉한 적재공간과 1000만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이 무기였다. 다마스는 450kg, 라보는 550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세금 면제, 통행료 할인 등 경차만의 혜택도 누리며 LPG엔진으로 유지비 부담도 줄였다. 그 덕에 출시 이후 37만대 넘게 팔렸다.


그럼에도 2007년, 2013년 두 번의 단종 위기를 겪었다. 강화된 안전·환경 규제, 수익성 문제가 맞물렸다.

국내 자동차 규제가 강화되며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TPMS), 배기가스 자가 진단장치(OBD) 등 의무 장착 대상이 늘어났다. 2007년에는 한국GM이 200억원 투자로 일부 기준을 충족했지만, 2013년에는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에 소상공인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국토교통부가 다마스와 라보에 한해 일부 규제 적용 시점을 5년 뒤로 유예하면서 생산이 재개됐다. 정부는 규제 시점을 2021년까지로 더 연장했지만, 한국GM에게 규제 충족을 위한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해져 결국 단종이 결정됐다.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던 창원 공장을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 기지로 전환해야 하는 점도 더 이상 단종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관련 기술을 추가 개발하더라도 경상용차 생산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에 대체 차량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니밴인 다마스의 경우 △현대차 스타렉스 △르노삼성 마스터, 라보는 △현대차 포터 △기아 봉고 등이 대체 후보군으로 떠오르지만 크기나 가격 측면에서의 차이가 크기에 소상공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다마스와 라보의 최대 장점인 '경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차량이 없다. 경차 기준이 배기량 1000cc 미만인데 스타렉스, 마스터의 배기량은 각각 2497cc, 2299cc이다. 포터와 봉고도 배기량이 2497cc로 기준을 훌쩍 넘는다.

1000만원 가량 더 비싼 판매가격도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다마스는 1000만원이면 구매 가능하지만, 스타렉스는 2200만원, 마스터는 2900만원대부터 판매가격이 시작된다. 포터와 봉고도 판매가격이 최소 1500~1600만원 수준으로 800~900만원인 라보에 비해 비싸다.



그나마 중소 전기차 업체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트럭 '포트로',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밴', 신원CK가 수입하는 중국 동풍소콘 소형트럭·미니밴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니고의 판매가격은 3000만원 중후반대로 책정됐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1000만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신원CK의 소형트럭 싱글캡은 1250만원, 2인승 미니밴은 1490만원 수준으로 다마스·라보보다 다소 비싸지만 포터, 스타렉스 등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포트르의 가격도 2160만원 정도이나 보조금 지원시 1000만원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만 포트로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100km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주머니가 가벼운 소상공인들에게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은 아쉬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