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에 게재된 '좋은 기업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서 이지홍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는 그 언제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1998년에 66.6%를 나타낸 이후 하락 흐름을 보이다 2018년에는 53.1%까지 낮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영업이익률 격차도 벌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교수는 정부 정책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대기업집단 전체가 아니라 경쟁이 약한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쟁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경쟁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라며 "시장경쟁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비용을 최적화하게 만들고, 여기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어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산업의 열악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대체로 노동생산성이 낮고, 고비용 구조를 가지며, 기업가치에 불리한 인수·합병(M&A)을 빈번하게 벌인다"라며 "여러 실증결과를 토대로 봤을 때 정부 정책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경쟁이 약한 시장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시장원리에 맡겨놨을 때의 문제점에 관한 우려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배주주 일가는 다른 주주들과는 별개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들의 경영권을 활용하여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두고선 "이미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에는 개정된 기업지배구조 규제가 새로운 편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작다"며 "지배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헤지펀드나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해외자본의 경우 단기적인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해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