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美 게임스톱 주가…"한국 反공매도? 성공 어려워" [이슈+]

입력 2021-02-02 10:34
수정 2021-02-02 10:47


올 들어 1000% 넘게 뛴 게임스톱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쟁으로 인한 주가 급등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주가는 기업 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게임스톱 사태가 국내 시장으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미국과 상황이 다른 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1000% 넘게 폭등한 게임스톱…최근 들어 '출렁'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게임스톱 주가는 전날보다 주당 100달러(30.77%) 급락한 2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개인투자자와 헤지펀드 간 공매도 전쟁이 불거졌던 게임스톱 주가는 올해 한달 간 1600% 이상 폭등했다.

다만 주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 347.51달러를 기록한 이후 이튿날인 28일 하루에만 153.91달러(44.29%) 급락했다가 29일 131.40달러(67.87%) 급등하는 등 출렁였다. 게임스톱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멜빈캐피탈 등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는 등 '백기 투항'에 나서는 등 관심이 줄어들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멜빈캐피털의 운용 자산은 지난해 초 125억달러(14조원)였지만 최근 80억달러(8조9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톱 공매도에 적지 않은 베팅을 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주가가 급등했고 결국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했다. 게임스톱 공매도에 뛰어들었던 메이플레인캐피털도 지난 달 45%의 손실을 기록했고 헤지펀드 D1캐피털도 약 20%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스톱에 몰려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이 '제2의 게임스톱'을 찾아 나서면서 유동성이 분산되는 점도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은(銀)을 제2의 게임스톱으로 정하고 은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은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9.3%(2.50달러) 급등한 29.418달러에 장을 마쳤고 주요 은 ETF도 이날 하루 7.5% 급등했다.

게임스톱 발(發) 불확실성이 다른 금융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톱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매도 세력 간의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다만 이번 사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주가는 결국 기업의 본질적 가치로 회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도 "게임스톱과 같은 종목의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가고 언제 폭락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수급 예측이나 모멘텀 투자(시장 심리·분위기 변화 따른 추격매매 투자방식)보다는 기초체력(펀더멘털)에 기반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판 게임스톱?…"미국과 상황 달라"미국 게임스톱 사태는 국내 증시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전날 공매도 대항 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공매도의 폐해를 바로잡고 우리나라 700만 주식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한투연은 오는 3월16일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 연합과 연대해 동학개미들과 함께 공매도 청산을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셀트리온은 직전 일보다 4만7000원(14.51%) 급등한 37만1000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같은 기간 1만38000원(9.6%) 뛴 1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제약도 1만2300원(7.03%) 오른 18만7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이치엘비 역시 6500원(7.22%) 상승한 9만6500원을 기록했다.

다만 한국판 게임스톱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쇼트 스퀴즈(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것)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 규모(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가 국내 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에 남아있는 공매도 잔고에는 공매도 거래를 허용한 시장조성자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의 비중이 높다는 게 노 연구원의 추정이다. 이들은 쇼트 스퀴즈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공매도 잔고 1위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 수 비율은 각각 6.2%, 1.6%, 1.5%다.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는 각각 8%, 10%로 비교적 높지만 100%를 웃도는 미국 숏스퀴즈 종목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그는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하겠지만, 상승폭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