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만든 판, YG·JYP가 키우고 빅히트가 '산업 레벨업'

입력 2021-02-02 17:26
수정 2021-02-03 01:28
“한국인이 하루 평균 음악을 듣는 시간은 1시간18분으로, 게임 이용 시간(1시간30분)과 비슷하다. 하지만 음악시장 규모는 1조1631억원으로 12조1061억원인 게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음악산업의 개념을 확장시켜 산업 전체의 판을 키우겠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2019년 8월 첫 사업설명회에서 이렇게 산업의 ‘체질 전환’을 주장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빅히트의 성공은 전적으로 방탄소년단(BTS) 덕분인데 이를 경영 성과로 포장한다”는 냉소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빅히트가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지난 1월 K팝 팬 커뮤니티 서비스인 ‘위버스’가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통합해 사실상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자 이런 평가는 쏙 들어갔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들고 YG와 JYP가 키운 판을 빅히트가 한 단계 도약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M은 1990년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국내 엔터산업을 체계화했다. 2000년대에는 JYP와 YG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K팝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됐고, 이는 세계적인 ‘K팝 돌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시장 규모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고 이 음원이 불법으로 유통되면서 음악산업 전반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IT 혁신’을 택했다. K팝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인 위버스를 도입해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자는 구상이다. 기존 엔터사의 주 수익원은 음원 및 공연 티켓 판매였다. 빅히트는 위버스를 통해 아티스트와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멤버십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판매했다. 지난해 전 세계 99만 명의 관객을 모은 BTS의 온라인 콘서트도 위버스를 통해 열렸다. 위버스의 하루 실사용자는 현재 470만 명가량이다. 경쟁사들도 뒤늦게 IT와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체질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SM은 최근 아바타와 실제 가수를 혼합한 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지난 1일 방송된 tvN ‘월간 커넥트’에 나와 “미래는 AI의 세상이 될 것”이라며 “아바타가 우리의 친구, 비서를 대신하게 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