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당시 미국 주가는 89.2% 폭락했다. 이는 단기간 갑작스럽게 벌어지지 않았다. 1929년부터 1932년까지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2020년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제 위기는 대공황은 물론 1998년 금융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미증유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미국 내 일자리 6000만 개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세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국제경제 자문위원이자 통화제도 분석가인 제임스 리카즈는 “2020년 이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을 뛰어넘는 이른바 ‘신(新)대공황’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 조치가 경제 붕괴를 초래했고, 낮은 화폐 유통 속도를 경시한 각국의 재정 지출은 이 위기를 막기엔 미흡했다는 것이다. 《신 대공황》에서 그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전망하면서 향후 몇 년간 세계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하더라도 이미 수렁에 빠져버린 침체 상황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린다.
저자는 철저히 경제학적 관점에서 책을 썼지만 바이러스 관련 주제와 경제 관련 주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분명히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언급하지 않고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물적·인적 피해를 이야기할 수 없듯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의 경제 불황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먼저 과학과 의학에 근거해 코로나19의 기원부터 팬데믹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 봉쇄 조치로 인한 비용과 혼란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불황 역시 상황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거나 심화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듯 경제 상황이 좋은 국가들에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경기 하강 기류에 발목 잡힌 개인의 관점에서 본 신대공황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그는 “분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 회복 과정은 더디고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미국 내 저소득 근로계층에는 오랜 기간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3조달러의 유동성을 새로 투입했다. 미국 의회도 지난해 3월 이후 총 4조달러의 적자 지출에 합의했다. 저자는 그러나 과거 전통적으로 행했던 화폐와 재정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으로는 신대공황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그는 “당장 위급한 경제 상황에서 불을 지피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폐를 찍어내는 통화팽창 정책이나, 소비지출보다 저축을 선호할 정도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시점에서 벌이는 적극적 재정지출 정책은 근본적인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위기를 탈출하려면 개별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전략과 자산관리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저자는 가격 변동이나 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현물·현금화 헤지’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먼저 제시한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부동산과 금을, 디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각국 재무부 채권(국채)과 현금을 보유하라고 권한다. 특히 금값 상승을 예견하면서 “금이나 금광 관련주에 투자 가능 자산의 10%를 투자하는 자산배분은 세계 모든 투자자에게 유효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자가 자산의 30%를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고 새로운 투자 기회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 지금 시대에는 유효한 자산배분 전략이라고 말한다.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전망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 역시 다른 선진 경제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G20 국가들이 추세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전자제품, 가전제품, 자동차 수요가 점차 감소하면서 수출주도형 경제 기반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경제 성장세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물을 기반으로 한 헤지 중심의 자산관리 전략은 한국에도 유효하다”며 “예측모델에 근거한 최적의 포트폴리오 배분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인플레이션(금, 부동산), 디플레이션(국채), 변동성(현금)이 발생할 경우 완충 작용을 해준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